장비하나 설치했더니 '화장실 몰카' 걱정 뚝

입력 2023-02-06 14:08   수정 2023-02-06 15:15

도청 탐지 시스템 만드는 지슨, 상시형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도 개발
공공화장실 등에 설치하면 열감지 센서로 몰카 찾아내
지난달 코넥스시장 상장
내년초 코스닥시장 상장이 목표


“화장실 갈 때 이젠 불안해하지마세요. 지슨이 24시간 안심파트너가 되겠습니다.”
6일 서울 구로구 지슨 본사에서 만난 한동진 대표는 지난해 출시한 상시형 불법촬영(몰래카메라) 탐지 시스템인 알파씨(Alpha-C)를 소개하면서 “범죄 예방에 기여하는 선한기업이 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슨은 무선 보안 기술을 활용해 상시형 무선 도청 탐지 시스템과 무선 해킹 탐지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진 업체다. 지난해 8월 일명 ‘몰카’를 때려잡는 선봉장을 자처하며 몰카 탐지 분야로 발을 넓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초소형카메라를 활용한 불법촬영 범죄는 2020년 5032건에서 2021년 6212건으로 한 해 사이 23% 증가했다. 경찰 등에서 주요 공공시설 화장실을 수시로 살피지만 적발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불법촬영 범죄 통계를 보면 내부자 소행인 경우가 다수였다”며 “몰카 검사하러 온다고 할 때 설치한 사람들이 치워놓거나 원격으로 전원을 끄면 찾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24시간 상시 탐지 시스템을 설치하면 몰카가 작동하는지를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슨이 개발한 ‘Alpha-C’는 열감지 센서로 특정 공간에 초소형카메라 존재를 찾아낸다. 화장실 칸마다 열감지 센서를 달아놓으면 열 분포 데이터가 쌓여 천장에 있는 원격 조정기로 전송된다. 조정기는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열 분포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상 열원이 있는 지 확인한다. 몰래카메라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슨 본사 관제실에 알람이 울려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Alpha-C는 현재 주요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에 설치됐고, 올해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도 놓일 예정이다.

공학박사 출신인 한 대표는 2000년 지슨을 창업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무선 도청 탐지 시스템 연구개발에 착수한 한 대표는 2012년에야 첫 상용 제품을 선보였다. 한 대표는 “매출 없이 7년 이상 투자자를 끌고 가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며 “그동안 개발비만 200억원 넘게 들었다. 거짓 없이 사실대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서 설득한 결과 한명의 투자자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지슨은 무선 도청 탐지 시스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유일하고, 전세계적으로도 미국, 이스라엘, 영국, 독일, 러시아까지 총 6개국 밖에 없는 기술이다. 지슨의 도청 탐지 시스템은 대통령실을 필두로 국내 285개 기관에 납품됐다. 지난해부터 LG전자와 손을 잡고 150여개국 인증에 나섰다. 다음달 종료되면 LG전자 디지털 사이니지에 지슨 시스템이 장착돼 시장에 공급된다.

지슨의 도청 탐지 시스템은 그동안 수출이 막혀 있었다.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품목으로 분류돼 해외 판매가 한동안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2015년 규제가 풀리면서 해외로 뻗어나가는 문이 활짝 열렸다. 이에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지슨은 2021년 매출 94억8500만원, 순이익은 2억37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46% 성장했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지슨은 지난달 중소기업 전용 증권시장인 코넥스시장에 상장됐다. 1년 정도 시장의 평가를 거친 뒤 내년 초 코스닥시장 상장이 목표다. 한 대표는 “한국의 선한기업을 넘어 세계의 선한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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