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재무 장관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경제가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서머스 전 장관은 5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몇 달 전보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라면서도 "2~3년 전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물가 상승률이 미국 중앙은행( Fed)의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은 지금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서머스 전 장관이 이처럼 언급한 것은 최근 발표된 '충격적인(shocking) 고용 보고서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1월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일자리가 51만7000 개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 개)를 3배 가까이 상회한 깜짝 증가 폭이다. 작년 12월 증가 폭(26만 개)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시장에선 Fed가 연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약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준금리의 상단이 연 4.75%에 이르렀는데도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여서다. 예상보다 많은 일자리 수가 임금 인상률에 대한 상승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머스 전 장관은 “3~3.5%의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경기 침체를 촉발하면서까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가치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다면 오랜 기간 물가 상승에 따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실업률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모든 경제 이론에 있으며, (그 혜택이) 영구적인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만약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그러한 문제들(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이 굳어진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그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은 함께 존재하기 힘든 이율배반적인(트레이드 오프) 관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완전 고용보다는 물가 안정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머스 전 장관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에 대해서 "나는 그(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국가가 채무 불이행을 하는 것이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현재 부채 규모는 3조 달러 수준이며 부채 한도는 3조 4000억 달러다. 미국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져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캐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부채한도 상향 관련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부채 상환 기간을 기존 1월에서 6월로 임시 유예해 둔 상황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부채 한도를 높이는 데는 소수의 책임감 있는 공화당원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카시 하원 의장이 공화당 다수의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서라도 결단을 내리면 될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채무 불이행과 같은 것은 바나나 공화국(해외 원조로 살아가는 빈곤국)이나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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