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로 전직하지 않을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였으나, 그 약정과 다르게 전직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때 근로자가 ‘사직하려는 회사’와 ‘입사하려는 회사’는 전직금지약정을 둘러싸고 동상이몽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가 ‘사직하려는 회사’는 전직금지약정이 있으니 근로자가 쉽게 전직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입사하려는 회사’는 전직금지약정이 무효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실효성이 없으니 별 어려움 없이 전직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전직금지약정은 그 효력이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한 전직금지기간이 과도하게 장기라고 인정될 때에는 적당한 범위로 전직금지기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3. 29. 자 2006마1303 결정 등 참조). 이에 따라 전직금지기간이 2년 또는 1년으로 단축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전직금지 본안 소송에 소요되는 기간은 1~2년의 전직금지기간보다 장기인 경우가 많아 전직금지 본안 소송은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전직만으로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손해액 산정도 어려우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역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전직금지약정의 이행을 강제할 필요성이 매우 높은데, 법원에서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한 제반 사정을 주장·증명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으므로(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 2015다221910 판결 참조), 근로자가 ‘사직하려는 회사’가 제반 사정을 증명할 자료를 갖추고 있지 않거나,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가처분 절차에서 법원에 이를 효과적으로 현출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영업비밀 침해행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민사 소송에서 회사가 그 ‘침해행위’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고, 이에 따라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고소인이 범죄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야 실제 압수수색 등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근로자가 보유하고 있던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 등을 통해 관련 증거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형사고소도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포렌식과 관련하여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여야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인정되는데, 영업비밀에 해당하려면 ①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②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경제성) 및 ③비밀로 유지될 것(비밀관리성)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실제 사례에서는 비공지성과 비밀관리성 요건이 주로 문제된다.
한편 대법원은,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하며, 회사 직원이 퇴사시에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따라서 반출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도 문제된다.
이상으로 근로자가 ‘사직하려는 회사’와 ‘입사하려는 회사’가 동상이몽에 빠지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동상이몽에 빠지지 않으려면 근로자가 ‘사직하려는 회사’는 사전에 잘 대비할 필요가 있고, ‘입사하려는 회사’는 해당 근로자의 입사가 확정되기 전에 전직금지약정에 관한 제반 사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