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세지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기업 방어권 보장 서둘러야

입력 2023-02-06 17:58   수정 2023-02-07 07:04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집한 뒤 기업 경영진을 압박해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국내에서 급증세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47곳으로 미국(511곳) 일본(107곳) 호주(61곳) 캐나다(53곳)에 이어 세계 5위로 올라섰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최근 3년 새 여섯 배로 급증한 점도 걱정이다. 그간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경험상 ‘치고 빠지기’나 ‘기업 사냥꾼’ 식 행보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를 공격한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순이익의 세 배가 넘는 배당, 경쟁사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들고나온 게 불과 3년 전 일이다. 당시 엘리엇에 굴복했다면 세계 자동차산업을 선도 중인 오늘의 현대차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주주행동주의는 그 자체로 악이 아니다. ‘갑질 경영’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의 성원에 보답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확산이 투기성 짙은 해외 헤지펀드가 아니라 국내 사정을 잘 아는 토종펀드가 주도하는 점도 다행스럽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이사회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하고, 오스템임플란트 인수합병(M&A)을 촉발한 토종 펀드들의 행보를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준동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는 48개사(해외)를 분석한 결과 설비투자가 공격 기간에는 2.4%, 이듬해엔 23.8%나 급감했다. 순이익도 공격 기간에는 46%, 이듬해는 84% 쪼그라들었다. 투명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운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가 기업에 대한 ‘고급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정적 시각이 많은 이유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소액주주는 선, 대주주는 악’이라는 이분법이 만만찮다. 국민연금을 앞세워 경영에 간섭하는 연금사회주의의 확장 경로이기도 하다. 행동주의 펀드의 ‘먹튀’를 막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선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등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상장사들의 주주 중심 경영도 진일보해야겠지만 단기 수익에 골몰해 기업을 탈탈 털어먹겠다는 시도도 적극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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