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오히려 환율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금은 해외 금융사가 다음날 국내 주식 매수를 위해 야간에 원화를 환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외환시장이 닫혀 있는 데다 국내 금융사를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역외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역외시장은 달러와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선물환율 차액만 결제(NDF)하는 시장이라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환율이 요동치기 쉽다. 이는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왝더독’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늘리고 정부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회사(RFI)의 참여를 허용하면 역외시장의 비투기성 원화거래 수요를 외환시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관리관은 “다양한 목적을 가진 금융회사가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면서 역외 흐름에 따라 요동치던 환율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리 주식, 채권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외국 금융사가 자기 명의 계좌를 개설한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도 환전할 수 있도록 ‘제3자 외환거래’도 허용한다. 지금까지는 블랙록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국내 특정 은행에 원화계좌를 두고 원화를 사고팔 때 그 은행에만 주문을 넣었지만 이제 다른 은행과도 자유롭게 외환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거래시간 연장으로 유동성이 적고 외환당국의 대응력이 떨어지는 밤 시간대 해외 소재 금융사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환율이 요동치는 ‘쏠림현상’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대외 이슈에 민감한 한국 경제 특성상 외국인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조미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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