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새벽 가환율로 53株사던 애플 56株 산다

입력 2023-02-07 17:57   수정 2023-02-08 01:51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가(假)환율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다음날 다시 정산받는 불편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국내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새벽 2시로 늦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7일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30분에서 오전 9시~다음날 오전 2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개인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선 시장 환율보다 약 5% 높은 가환율로 환전해야 한다. 미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야간인데, 원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는 국내 외환시장은 오후 3시30분에 이미 마감돼 실제 환율을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환율 적용 시스템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같은 액수의 원화로 실제 환율만큼 해외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가령 한 투자자가 국내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 1000만원으로 주당 150달러인 미국 애플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해당 환율을 적용받으면 56주를 매수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환율에 5% 할증이 붙은 1260원의 가환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53주만 살 수 있다. 서학개미들은 또 가환율로 투자한 다음날 국내 외환시장이 개장한 뒤 실제 원·달러 환율로 가환율과의 차액을 정산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변경된 제도가 시행되면 오전 2시까지는 국내 외환시장 환율로 바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1000만원으로 애플 56주를 매수할 수 있게 된다. 가환율을 적용받지 않아 정산 절차 등을 거칠 필요도 없다. 다만 미국 증시 개장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11시30분~다음날 오전 6시인 만큼 다음날 오전 2시부터 6시까지는 별도의 환율을 적용받아야 한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우선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새벽 2시(한국시간)까지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연장하고, 향후 은행권 준비 상황과 시장 여건 등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24시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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