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PEF)들이 해외 기관투자가 자금을 유치할 때 받아온 ‘세금 역차별’ 문제가 해소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PEF업계에 글로벌 투자 자금이 원활히 유입되면서 금융산업이 한층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는 국내 PEF가 투자로 얻은 수익을 해외 출자자(유한책임사원·LP)에게 돌려줄 때 소득 원천(배당·이자·양도소득 등)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동안은 해외 출자자가 국내 PEF로부터 분배받은 수익을 모두 배당으로 간주해 최대 20%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부과해왔다. 거주지의 배당소득세율이 20%보다 낮은 경우 해당국 세율로 한국 과세당국이 원천징수해왔다.
PEF의 투자 수익은 대부분 주식 양도차익에서 발생한다. 이번 개정으로 앞으로는 주식 양도차익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면 된다. 조세조약상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권은 국내에 없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는 거주지에서 내면 된다. 미국 델라웨어 등 양도세가 없는 지역에 본사를 둔 투자자는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동안 글로벌 PEF들은 이런 혜택을 누려왔다. 국내 PEF가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해온 이유다. 투자자에게 돌려줄 세후 수익률이 글로벌 PEF에 비해 떨어지다 보니 인수전에서 과감한 인수금액을 제시하지 못해 고배를 마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PEF 투자 수익을 배당으로 간주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대형 PEF 운용사들이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펀드를 해외에 설립한 것도 같은 이유다. 법인은 국내에 있는데 펀드는 해외에 설립하다 보니 관리가 까다로웠다. 펀드 설립 및 관리와 관련한 전후방 산업을 육성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PEF업계에선 과세당국이 업계의 숙원 과제를 풀어줬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법안 개정은 과거 여야 정치권에서 세 차례 발의됐지만 ‘과세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당국 입장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당국의 전향적인 결정으로 국내 PEF의 대형화·글로벌화를 막는 ‘대못 규제’가 해소됐다는 평가다.
삼일PwC 관계자는 “과세당국이 배당소득을 고집하더라도 PEF와 해외 LP 모두 우회로를 찾아 해외에서 출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다”며 “차라리 해외 투자자의 국내 PEF에 대한 접근성을 늘려 산업을 키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업계의 설득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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