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7일 14: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 중 하나로 꼽히던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했다. 신용평가사는 재무적 투자자(FI)와 맺은 계약으로 향후 재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으나 시일이 3년 넘게 남아 있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상장 예비심사 효력 기간인 내달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를 모집하려면 ‘135일 룰’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케이뱅크가 상장을 포기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케이뱅크 최대주주는 비씨카드로 33.72%를 보유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는 베인캐피탈(BCC Kingpin LLC·지분율 8.19%), MBK파트너스(Khan SS L.P.·8.19%), MG새마을금고(카니예 유한회사·6.14%), JS프라이빗에쿼티·신한대체투자운용(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5.12%) 등으로 구성된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가 지난 2021년 6월 재무적 투자자들과 7250억원(총 1억1154만주) 규모의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투자자에 케이뱅크 지분에 대한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들은 2026년 7월까지 케이뱅크의 상장이 이뤄지지 못하면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부터 제3자에게 지분을 팔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청구권 절차를 개시한다고 통지하면 최대주주 비씨카드는 주주들과 함께 제3자에 매각하거나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주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비씨카드가 케이뱅크를 매각할 가능성은 작아, 사실상 콜옵션을 강제하는 조항이다. 주주들이 2026년까지 매각하지 않도록 하되, 이후엔 엑시트 기회를 열어주는 계약 조건으로 볼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케이뱅크의 상장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7250억원 이상의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회사의 지난해 9월 말 자기자본(1조4487억원)의 50% 수준으로 재무적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케이뱅크 상장에 우호적인 증시 환경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생겨난 풍부한 유동성은 성장주 성격을 가진 인터넷은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점차 꺼져가는 추세다. 케이뱅크 기업가치는 상장 추진 초기 최대 8조원까지 언급됐으나 시장 악화로 4조원까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비교 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IPO 이후 약세를 이어간 점도 철회 사유로 꼽힌다. 아직 IPO를 해야하는 시점까지 3년가량 남아 있어 당분간 비씨카드에 재무 부담이 작용하지 않겠지만 불확실성이 남겨진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IPO 철회가 당분간 비씨카드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평가사는 “이번 케이뱅크의 IPO 철회가 회사의 신용위험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케이뱅크의 IPO 철회는 경영상황과 관련된 이슈보다는 증권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동반매각청구권의 행사가능일인 2026년까지는 3년 이상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향후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될 경우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케이뱅크가 지난해 9월 기업공개를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재추진시 상장예비 심사 통과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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