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9일 13: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1년 넘게 추진 중인 상장전 지분투자(프리 IPO)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시장 환경 변화로 당초 목표치인 4조원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들였던 해외 큰손 투자자로부터의 자금 조달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은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SK온에 대한 추가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8243억원을 모아 투자한데 이어 추가 투자금 5000억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추가로 조달한 자금은 1000억원 이상 수준으로 파악된다. SK온은 앞서 지난해 한투PE컨소시엄으로부터 최대 1조3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컨소시엄은 이달 내 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한투PE컨소시엄은 이달 내까지 자금이 모이는 수준에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라며 “지난해 초부터 1년 이상 이 거래에 매달려온터라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의 원래 계획이었던 글로벌 PEF 등 해외 자금 유치는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중동의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 중국의 힐하우스캐피탈 등이 잠재 후보군으로 남아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배터리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진데다, SK온의 적자폭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회사 측이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막판에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온은 당초 해외 대형 PEF를 앵커 투자자로 유치할 계획이었다. 해외 투자자로부터 약 3조원, 국내 투자자로부터 1조원 등 최대 4조원 조달을 목표로 했다. 미국과 헝가리 등 해외 생산기지 증설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장기적으로 자금력이 탄탄한 해외 투자자와 손잡는 게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초반만 해도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대형 글로벌 PEF가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해초 금리인상이 본격화되자 이들 모두 투자 의사를 철회했다. 유명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자 해외 국부펀드 등 다른 해외 투자자들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이후 동북아 최대 PEF MBK파트너스가 투자 검토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 했으나. MBK 역시 세부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무산됐다. 결국 지난해 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구원투수로 나서 2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외부 자금은 1조원 안팎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2021년말 프리IPO를 시작할 당시 저금리 환경에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 너무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며 “공장 증설이 시급한 만큼 조건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했어야했는데 SK온이 시간을 끌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포드와 합작법인 설립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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