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유감

입력 2023-02-08 17:33   수정 2023-02-09 00:28

“이럴 거면 도시정비법을 개정하지 왜 특별법을 만들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도권에서 정비사업을 하는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촌평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1기 신도시 정비를 위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공개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당초 노후화된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작된 특별법은 협의를 거치면서 취지가 변질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별법 적용 대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번 특별법 적용 대상을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조성 20년이 넘은 전국 100만㎡ 이상 택지’로 확대했다.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5곳을 포함해 서울 상계, 중계, 개포, 목동 등 전국 49곳이 해당한다. 여기에 인접 지구와 합쳐 100만㎡를 넘는 택지지구까지 포함할 수 있어 적용 대상은 사실상 전국 주요 택지지구로 넓어진다.

정부가 막판에 특별법 적용 대상을 확대한 건 형평성 논란을 의식해서다. 특별법 제정을 두고 “일부 지역에 대한 특혜” “노후화된 서울 아파트는 외면하는 처사” 등의 비판이 일자 고육지책으로 특별법 적용 대상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이번 특별법은 ‘특례 선물 세트’라는 평가가 많다.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안전진단을 면제받고, 현실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재건축 사업성의 핵심인 용적률을 기존 최대 300%에서 500%로 높였다. 통합 심의로 인허가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별법 적용이 가능해진 서울과 지방의 택지지구는 용적률을 법정한도까지 올릴 수 있는 데다 종 상향 가능성, 사업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정비사업보다 특별법을 적용받는 게 유리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토부는 특별법 적용 대상이 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개발 난립 우려에 선을 긋지만 기존 정비사업이 아닌 특별법으로 동시다발적이고 광범위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 건 사실이다. 금리 때문에 당장 가격이 들썩이지는 않겠지만 전국적인 개발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특별법 적용의 시범사업 성격이 짙은 선도지구 지정을 두고선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처가 특별법의 본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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