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홀로 집에 방치돼 사망한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생후 4개월 이후 예방접종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A군(2)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신변에 위험 징후를 알리는 위기 정보가 보건복지부에 입수됐다.
A군은 생후 4개월 이후 필수 예방접종을 단 1건도 받지 못했고, 최근 1년간 의료기관 진료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4월 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는 정기 예방 미접종과 금융 연체, 건강보험료 체납 등 A군에 대한 위기 정보가 기록됐고, 사망 직전인 지난달에는 1년간 의료기관 미 진료와 함께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 등 위기 징후가 이어졌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 여부, 어린이집 결석, 단전, 단수, 단가스 등 총 44종의 정보를 입수·분석해 위기 아동을 발굴한다.
A군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위기 정보가 확인됐지만 조사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관할 지역의 복지 담당자의 현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위기 아동 조사 대상자는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에 기반한 예측 모델을 이용해 선별하는데 차수마다 위험도가 높은 상위 약 2만5000∼3만명만 발굴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A군이 위기 정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돼 조사 대상자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비롯해 정기 예방 미접종, 의료기관 미 진료 등 직접적인 위기 징후가 있었지만, 위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셈이다.
인 의원은 "방임과 학대의 징후를 포착하고도 안타까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면서 "위기 아동에 대한 기획조사를 확대하고 연령대에 따라 세부적으로 위기 정보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군의 어머니 B씨(24)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B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A군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는 사람이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해서 돈을 벌러 갔다 왔다. 일이 많이 늦게 끝났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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