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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섰던 현대차그룹은 이듬해 3월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국민연금이 무리한 고배당을 요구한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반대하면서다. 2020년 초 엘리엇은 손실만 본 채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짐을 쌌다.
요즘 행동주의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행동주의펀드가 기업 이사회와 손잡고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SM엔터테인먼트)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망한 알짜 중견기업을 압박해 경영권을 매각하도록 하고 공개매수를 선언한 사례(오스템임플란트)도 등장했다. 행동주의펀드는 덩치를 키워 전선을 더욱 넓힐 태세다. 외국 펀드도 가세할 틈을 노리고 있다.
이쯤 되면 행동주의펀드 전성시대다. 기업들이 이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일부 기업의 계열사 편법 지원(태광산업), 후진적 지배구조(SM엔터테인먼트), 느슨한 내부 통제(오스템임플란트), 쥐꼬리 배당(금융지주사) 등이 대표적 사례다.
행동주의펀드의 무리한 고배당 요구로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상당수 국내 제조기업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유보 현금을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인수합병(M&A) 등에 쓰는 게 회사와 주주를 위해 나은 경우가 많아서다.
반기업 정서가 굳어지는 점도 걱정거리다. 수익 확대를 원하는 개미들 입장에선 주가를 올려주는 행동주의펀드가 든든한 우군으로 여겨진다. 반면 기업들은 ‘두들겨 맞아도 싼’ 대상으로 비칠 뿐이다.
여하튼 세상은 바뀌고 있다. 행동주의펀드가 요구하는 혁신과 성장, 합리적 지배구조, 주주환원 등은 이제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됐다. 동시에 순식간에 돌변해 사정없이 물어뜯을지 모르는 헤지펀드와 (법·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맞서야 하는 숙명도 안게 됐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내몰린 기업들의 건투(健鬪)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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