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교육부 장관이 등록금 인상 대학을 직접 겨냥해 ‘경고’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산·진주·청주교육대 등이 등록금을 3~4% 인상한 데 이어 사립대인 부산 동아대도 학부 등록금을 3.95% 올렸다. 4년제 대학의 절반가량은 국가 지원을 못 받는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내년까지 등록금을 올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요금도 아닌 등록금을 2009년부터 15년째 묶어놓은 후유증은 심각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 등록금은 2008년 823만7000원에서 지난해 632만6000원으로 23.2% 떨어졌다. 주요 사립대 10곳 중 8곳은 적자여서 유능한 교수 초빙이나 첨단 실습 장비 구입은 언감생심이다. 지방 사립대 중에는 교수 연봉이 4000만원 수준인 곳도 많다. 급여를 올려달라는 교수들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건수가 지난해 이후 26건에 달한다.
인위적인 등록금 통제는 대학을 하향 평준화의 늪에 빠뜨려 인재 양성과 연구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게 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바이오 등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첨단 분야의 고급인력 양성이 발등의 불인데, 대학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15만 명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 규제를 풀었지만, 학생을 가르칠 전문가는 태부족이다. 연봉 5억원이 넘는 반도체 전문가가 박봉에 열악한 교습 환경인 대학 강단에 서려고 하겠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를 키워내야 할 대학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등록금 규제를 부른 ‘반값 등록금’ 포퓰리즘은 시장 논리를 무시한 정치적 구호였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한 규제가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이어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대학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지원을 약속한 윤 정부가 등록금 인상에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건 자기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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