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9일 나란히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7일 두 사람이 사실상 연대를 선언한 이후 함께한 첫 공개 행보다.
이날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옆자리에 앉아 환하게 웃으며 거듭 손을 맞잡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참석자들이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의 이름을 연호하자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올리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단상에 올라 “새로 탄생하는 당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서 윤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 저 나경원은 영원한 당원”이라고 말했다.
7일 나 전 의원은 김 후보와 만나 사실상 지지 의사를 나타냈지만, 입장 발표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어 김 후보가 억지로 나 전 의원을 끌어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9일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결단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며 “전당대회에서도 개인적인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소의보다는 더 큰 대의, 결국 윤 정부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나 전 의원은 20년간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동지다. 함께 손잡고 김기현이 대표에 당선돼서 함께 힘을 합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경쟁 주자인 안철수 후보는 ‘보수 정체성’을 부각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부산중·고 재경 동문 모임 강연에서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 때는 시대 과제를 하나도 정말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연금개혁과 관련해 “국민 불만을 일으키는 일이라 사실 다들 하기 싫지만, 그 어느 대통령 한 사람 빼놓지 않고 다 이 일을 했다”며 “유일하게 욕 안 먹으려고 안 한 사람이 바로 지난번 문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은 추켜세웠다. 그는 “국민 통합의 첫 번째가 박 전 대통령의 ‘잘살아보세’”라며 “그 구호 하나로 진보고 보수고 없이 모든 국민이 모여 열심히 일해서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성공하지 않았느냐. 얼마나 자랑스럽냐”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힘 당대표를 하기에 정체성이 의심된다”는 김 후보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과거 안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신영복이 존경받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지, 햇볕정책 계승이 소신인지 등에 대해 안 후보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진규/노경목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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