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틱인베스트먼트, 일진머티리얼즈 2대주주 된다

입력 2023-02-15 11:29   수정 2023-02-16 16:49

이 기사는 02월 15일 11: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가 지난해 롯데그룹이 인수한 일진머티리얼즈의 2대 주주에 오른다. 해외 투자를 총괄하는 자회사의 2대 주주 지분을 모회사 지분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의 해외 자회사 경영에 대한 전권을 갖게 되고, 스틱은 상장사 지분을 확보해 보다 용이하게 회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스틱이 보유 중인 해외 자회사 IMG테크놀리지 지분을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으로 바꾸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분교환 비율 등 세부 조건은 아직 미정이다. IMG테크놀리지는 일진머티리얼즈 해외 공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자회사다. 일진머티리얼즈가 82.61%,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틱은 2019년부터 IMG에 전환사채(CB) 2500억원을 포함해 총 6500억원을 투입했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약 3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건은 롯데케미칼이 IMG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평가하느냐다. 현재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3조원 수준이다. 스틱의 IMG 지분 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가정한다면 주식교환을 위한 신주 상장을 감안할 때 스틱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20% 수준을 확보할 것으로 계산된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은 53.3%에서 40%대로 희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틱은 IMG의 자회사 유럽법인 IME에도 6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주식 교환에 IME 지분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주식교환 거래는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주체를 100% 미국 자회사인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LBM)에서 롯데케미칼로 바꾸는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작업이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인수주체 변경과 함께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IMG테크놀로지의 주요 주주 사이에 합의서를 체결해, 각 당사자가 보유한 IMG테크놀로지의 지분증권을 일진머티리얼즈에 출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이러한 작업을 추진하는 건 일진머티리얼즈의 국내외 경영에 대한 전권을 모두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스틱은 일진머티리얼즈의 해외 동박 공장 증설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약 1조250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 11월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에 3000억원을, 2년 뒤인 2021년 11월 말 유럽 공장 증설에 9500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 자금은 IMG에 약 6500억원, IMG의 자회사인 IME에 6000억원이 투입됐다.

스틱은 이 투자로 일진머티리얼즈의 해외 사업과 관련해 동의권 등 상당한 수준의 경영 참여 권한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할 당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롯데케미칼은 인수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했다. 재무적 투자자인 스틱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사들이는 게 가장 깔끔한 방법이지만 자금 사정을 고려하면 적당한 방안이 아니었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를 인수하기 위한 금액만도 2조7000억원에 이르는데, 스틱 지분 인수까지 고려하면 거래 규모가 최소 4조원 수준으로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묘수를 찾으면서 롯데케미칼은 추가로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스틱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해외 사업에 대한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거래에 대해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당사와 일진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공정거래법상 이슈 논란에서도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됐다. 지주사 체제에서는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당초 롯데가 롯데케미칼이 아닌 LBM을 통해 인수하는데 대해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은 증손자 회사인 IMG테크놀리지의 지분을 100%를 확보하게 되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일진머티리얼즈의 주주가 된다. 지배 구조는 '롯데지주→롯데케미칼→일진머티리얼즈→IMG테크놀리지'로 이어지게 된다.

스틱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로 투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스틱은 2019년 투자 당시 IMG 상장 시기나 일정에 대한 사항을 계약서 상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 상황에서 허 사장이 돌연 매각에 나서면서 스틱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요원해진 상황이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스틱은 상장사의 주요 주주가 되면서 향후 블록딜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IME 투자금은 추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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