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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이 같은 인사안을 오는 14일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의회의 동의를 얻으면 우에다 교수는 4월 9일부터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인 구로다 하루히코의 뒤를 이어 총재를 맡는다. 경제학자 출신이 일본은행 총재에 임명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1985~1987년 대장성(현 재무성) 재정금융연구소 주임연구관으로 일했다. 1998~2005년 일본은행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의 심의위원으로 금융정책을 담당했다. 2008년에는 일본정책투자은행(한국의 산업은행 격)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론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데다 금융완화 정책을 중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 새 총재로 내정된 이유로 꼽힌다.
우에다가 일본은행 심의위원으로 재직한 시기는 버블(거품)경제 붕괴로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시작한 때였다. 심의위원으로서 그는 제로금리와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년 넘게 장기 완화 정책을 연구한 경제학자로서 현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일본 정부는 차기 총재로 아마미야 마사요시 부총재와 그의 전임자인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디플레이션하의 금융정책과 대규모 금융완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나카소 이사장은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책의 일부 수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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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내각은 아베 전 총리가 주도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행 총재로 우에다를 택한 것은 기시다 총리의 색채를 입히면서 아베파도 배려한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우에다가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 130.45엔으로 단숨에 0.5% 오르기도 했다.
우에다 총재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은 물가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적절했다”며 “당분간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서서히 금융정책을 수정해 나갈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새 일본은행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동시에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다. 장기금리를 연 0.5% 이하로 묶어두는 장단기 금리 조작,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계속할지 결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성급하거나 과도하게 대처한다면 장기금리 급등, 주가 폭락, 기업 도산 급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과제들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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