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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모델 인공지능(AI) ‘챗GPT’가 일으킨 파장이 국내 로펌업계에도 미쳤다. 법무법인 율촌은 다음달 말 ‘챗GPT가 율촌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직원들에게 강의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최근 들어 율촌뿐만 아니라 태평양 등 여러 대형로펌 경영진은 리걸테크(법률정보기술)와 일상적 업무를 결합하는 방안을 분주하게 찾고 있다. “향후 변호사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열쇠는 AI 기술”이라는 게 로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율촌은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자체 확보한 ‘음성 문자 변환(STT)’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에서 원하는 정보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율촌 관계자는 “기술 활용의 출발점으로 미리 제작한 중대재해처벌법 영상에서 고객사가 원하는 정보를 곧바로 검색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업무 과정에 도입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법령 및 문서 조회, 서류 발급을 간편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각종 데이터를 AI 엔진이 바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 번역툴 ‘트라도스’를 들여왔다. 태평양 관계자는 “9개 해외사무소와 연계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딥러닝 기반 문서 자동분류 시스템 등을 도입한 법무법인 세종은 계약서 자동 작성 플랫폼 등을 올해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김앤장, 광장, 화우, 지평 등 다른 대형 로펌도 주요 업무 영역에 RPA를 속속 적용하고 있다.
챗GPT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리걸테크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AI가 학습할 수 있는 판결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덩달아 증폭되는 분위기다. 법원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판결문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특정 상황에서 어떤 점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AI가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선 판결문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실관계를 담은 1·2심 판결문의 공개 범위를 넓히는 법원의 결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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