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시간이 갈수록 들어오는 돈(보험료)보다 내줘야 할 돈(연금 급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개혁하지 않으면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쯤엔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연금 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이들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세금을 걷을 수밖에 없는데, 최악의 경우 소득의 26%(2055년 부과 방식으로 연금 지급 기준)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지금보다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거나 늦게 받는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소득대체율만 40%로 낮췄다. 당초 ‘보험료율 15.9%, 소득대체율 50%’를 추진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험료율은 놔둔 채 소득대체율만 낮추는 방안이 통과됐다. 연금개혁까지 걸린 시간도 4년이나 됐다.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그만큼 어려웠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는 2008년 펴낸 ‘국민연금 개혁’ 보고서에서 “어렵게 연금법이 통과됐으나 초고령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재정 안정화 방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썼다. ‘절반의 개혁’에 그쳤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후 어느 정부도 국민연금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더 빨라진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다. 올해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한 전병목 재정추계 전문위원장은 “이번 추계 결과는 과거 5년 전에 비해 연금개혁을 연기한 비용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며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 세대의 부담은 커진다”고 했다.
결국 연금개혁을 이끌어야 하는 건 대통령과 정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연금개혁도 그랬다. “강한 리더십, 적절한 문제 구도 설정(프레이밍)과 여론 동원, 효과적 제휴”가 연금개혁의 성공 조건(연금 전문가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국의 복지정치는 변화하고 있는가’)이란 지적을 새겨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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