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블루링크’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중 최초로 평생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을 제외한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만 차별적으로 이 같은 전략을 시도한다. 운행 대수 및 블루링크 이용자 증대를 통해 고객의 운행 및 이용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행보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 불가피 등이 우려된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블루링크+(플러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4년형 신차를 사는 고객부터 블루링크를 평생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3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 뒤 월 9달러90센트의 비용을 받았었다. 국내에서는 5년간 무료 이용 뒤 월 1만1000원을 내야 쓸 수 있다. 블루링크는 원격 문 잠금·해제, 실내 온도 제어, 길 찾기, 디지털 키 등 기능을 제공한다. 최근 신차에는 필수로 적용되며,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고르는 중요 기준 중에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고객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다. 미국 등 서구 소비자들은 국내보다 블루링크 등 커넥티드카 서비스 사용 빈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블루링크 사용 확대가 필수라는 계산에서다.
고객의 차량 운행 및 이용 데이터를 확보하면 이와 관련된 금융 상품, 차량 서비스 등 다양한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 또 고객이 주로 쓰고 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원천을 얻는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데이터를 확실하게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 에드먼즈는 이를 두고 “소비자에게 터무니없이 좋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최소 1개월, 최장 10년 뒤엔 구독료를 받아서다. 이들 기업이 소프트웨어와 구독 서비스를 유료화해 수익을 내는 흐름과 정반대 행보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지난해 78만675대)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현대차는 연 1000억원가량의 수익을 포기한 꼴이다.
현대차는 블루링크 무료를 통해 미국에서의 판매량 확대도 노려볼 수 있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조지아 신공장을 가동하는 2024년 하반기 이전에는 전기차 대량 양산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른 보조금 대당 최대 7500달러를 받지 못하는 대신 일종의 할인을 하는 셈이다.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리스 판매 비중을 현재 5%에서 30%로 확대할 계획인 현대차는 리스 월 납입료도 최근 14% 인하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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