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운반에 로봇이 처음 사용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국내 한 중견기업이 일본 산쿄와 손잡고 로봇 기반 이송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패널업계에 자동화 시스템이 뿌리를 내렸다. 패널 이송용 로봇으로 시작해 산업용 로봇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는 연매출 5000억원대 코스닥시장 상장사 제우스가 로봇 이송 시스템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종우 제우스 대표는 “디스플레이에 이어 화장품, 서비스, 자원순환(재활용) 등 다양한 분야로 로봇 적용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로봇과 반도체를 앞세워 5년 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제우스는 1970년 이 대표 부친인 이동악 회장이 창업한 제우스콤상사가 전신이다. 이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2004년 제우스에 합류했다. 대표로 취임한 지 10년 만인 지난해 역대 최고인 매출 5100억원, 영업이익 450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세정장비에 이어 산업용 로봇인 협동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09년부터 자체 로봇 생산 준비를 시작해 2019년 6축 관절의 소형 로봇 브랜드 제로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수평다관절 로봇 스카라, 병렬형 로봇 델타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이들 로봇은 지난해 무인 카페 ‘커피에 반하다’에 도입된 데 이어 주요 화장품업체의 제조 및 포장 라인에 투입됐다. 현재 추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폐자원을 자동 분류하는 자원순환 플랫폼 기업과 공급계약을 맺는 등 신시장 개척에도 속도가 붙었다.
그 덕분에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로봇사업 매출이 올해도 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 모터, 엔코더 등 대부분의 핵심 부품·소재를 내재화해 고객 맞춤형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게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세정장비 시장에서의 위상도 굳건하다. 웨이퍼 한 장을 세정하는 ‘싱글’, 여러 장을 동시에 세정하는 ‘배치’ 기술력을 겸비한 기업은 국내에서 제우스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기술력을 갖춘 것은 제우스와 일본 도쿄일렉트론 두 곳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반도체기업이 모두 제우스의 고객사다. 이 대표는 “80~60㎚(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세정 절차가 100회 필요하다면 20㎚ 이하에선 200회가 요구되는 등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비례해 세정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제이이티(JET)의 이전 상장도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코넥스격인 일본 도쿄프로마켓에 2018년 상장한 제이이티는 1분기에 도쿄증권거래소로 이전 상장할 채비를 마쳤다. 발행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구주 매출로 400억원대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 이 대표는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기술 투자와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화성=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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