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조계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3부는 지난 1일 주식회사 조성룡도시건축이 잠실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인정 가처분 항고심에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2018년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설계를 국제공모로 진행했다. 심사 결과, 여러 출품작 중 ‘조성룡도시건축 컨소시엄’이 제시한 ‘잠실대첩’이 1등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조합은 3년이 넘도록 ‘서울시 심의가 통과되지 않았다’며 계약을 미뤘고, 컨소시엄은 이에 당선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조합이 소송을 이유로 공모전 2등 당선자와 설계를 계약하는 등 갈등이 계속됐다.
조합 관계자는 ‘설계 업체 변경은 조합 대의원회를 통해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패소 판결이 나오면서 일부 조합은 “비싼 2위 설계안을 선택해 놓고 소송까지 패소해 사업이 또 연기되게 생겼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이긴 조성룡도시건축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다시 조합과의 대화를 재개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과 함께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인정하면서 재건축 사업은 당장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조합이 체결한 2순위 업체와의 계약이 효력 정지된 데다 지난해 조건부 통과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공모 당선안 문제를 명확히 하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시는 조합 측에 이달까지 설계 문제와 관련한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잠실주공5단지는 3930가구를 최고 50층, 6815가구로 재건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잠실주공 단지 가운데 마지막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권 대규모 단지의 상징성을 고려해 처음으로 민간 재건축에 국제 설계공모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 추진 이후 조합원 간 소송전이 계속되는 등 내홍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에는 교육청이 재건축 부지 내 초등학교 이전 문제를 두고 “대체 초등학교를 먼저 지어야 재건축을 할 수 있다”고 통보하며 사업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재건축 상가 규모와 분양 문제를 놓고 내부 견해차가 큰 상황”이라며 “최근 검찰에서도 조합 임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란 소식이 있어 조합원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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