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플랫폼)와 삼성전자(메모리반도체), KT(통신사)와 리벨리온(반도체 팹리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플랫폼·통신사 등 이종(異種) 산업과 반도체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데이터 처리량이 기존보다 수백 배 많은 초거대 AI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기존 메모리를 뛰어넘는 차세대 AI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챗GPT에 맞서 올 상반기 ‘서치GPT’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어 기반 초거대 AI 플랫폼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고품질 검색 데이터와 기술을 접목한 게 특징이다. 하이퍼클로바는 학습 매개변수 2040억 개를 자랑한다. 이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과 같은 종합 추론이 가능한 초거대 AI는 높은 전력과 빠른 속도를 갖춘 하드웨어와 고도화된 컴퓨팅·네트워크, 알고리즘 기술 등 소프트웨어(SW)가 동시에 필요하다.
네이버는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의 기능 고도화에 주력하는 한편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초거대 AI 구현 과정에서 기존 컴퓨팅 시스템에서 발생한 병목 현상 등을 해결할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사는 알고리즘을 AI 반도체에 최적화하는 등 각종 AI 기술 적용 방안을 함께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올 상반기를 목표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함께 초거대 AI ‘믿음’의 상용화에 나섰다. 믿음은 해석과 생성 등 모든 영역을 고려한 다중 영역의 한국형 최적화 AI 모델이다. 감성을 이해하고 인간과 공감하는 AI를 목표로 한다. 다양한 응용 사례를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융합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KT는 한국형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지난해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AI 솔루션 기업인 모레와 AI 인프라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리벨리온은 상반기 출시 예정인 KT의 믿음 경량화 모델에 신규 SoC(시스템온칩)인 ‘아톰’을 적용할 계획이다.
아톰은 이미지 검색은 물론 챗GPT와 같이 트랜스포머 계열 자연어처리기술을 지원하는 AI 반도체다. 트랜스포머 모델은 문장 속 단어와 같은 데이터 내부의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신경망을 의미한다.
아톰은 이미지 검색 같은 ‘비전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작업 범위를 효율화해 전력 소비량을 이 분야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A100’의 20% 수준까지 줄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생산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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