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성장세로 돌아섰다. 관광이 회복되며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그러나 기업 투자의 부진으로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다. 장기간 지속했던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 모색에 나선 일본이 또다시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일본 내각부는 4분기 GDP가 연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14일 발표했다. 3분기(-1.0%) 마이너스 성장에서 반등했지만 시장 추정치인 2.0%는 밑돌았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GDP는 4분기에 0.2%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4분기 0.5% 증가해 시장 추정치와 부합했다. 3분기에 비해 4분기 엔화 가치가 높아지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 대금 부담도 줄었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0.5% 줄었다. 시장 추정치(-0.2%)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문제는 1분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수요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위축될 위험도 크다는 분석이다.
다이와 증권의 도루 스에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지출이 안정되며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때문에 강력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일본 이코노미스트 대런 테이는 “다른 선진국들이 경기 침체로 접어들면서 기업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도 무역수지가 일본을 경기침체로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BOJ)의 새 총재 지명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만큼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본 정부는 이날 경제학자인 우에다 가즈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기용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시할 계획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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