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 코애귤런트테라퓨틱스가 새로운 급성출혈 치료제의 개발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 앞서 미국 혈액학회 학술대회(ASH 2022)에서 항체 라이브러리(집합체)를 공개한 데 이어, 미국 모체태아의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산후출혈 치료제 후보물질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바이오 기술력과 한국의 자본력이 결합해 탄생한 이 회사는 글로벌 신약개발 드림팀으로 꼽힌다.
코애귤런트는 지난 6~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체태아의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분만 전후 혈액을 활용해 'CT-001' 효과를 입증하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
포스터 발표를 통해 CT-001의 전임상 연구 결과(A Novel Next Generation Factor VIIa, Demonstrates Enhanced Procoagulant Activity in Peripartum Patient Samples)를 공개했다. 분만 전후 혈액을 채취해 CT-001의 효력을 분석했더니, 혈액 응고 기능이 높아져 산후출혈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중증 산후출혈은 분만 후 심한 출혈 탓에 수혈이나 다양한 시술로 지혈해야 하는 상태다. 출산 중 산모가 사망에 이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존에는 산후출혈에 지혈을 위해 재조합 제7혈액응고인자(recombinant factor Vll, rFVlla)를 활용했다. 하지만 혈전 색전증 부작용 탓에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코애귤런트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재조합 제7혈액응고인자의 기능과 안전성을 개선한 CT-001을 개발했다. 이전 논문을 통해 CT-001의 반감기가 기존 인자보다 크게 줄어, 혈전이 생기는 위험을 최소화했다는 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전임상 연구는 코애귤런트 주도 하에 안드라 제임스 미 듀크대 산부인과 교수팀과 김승철 부산대 산부인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김 교수는 부산 울산 경남 등에서 산모출혈 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이 분야 권위자다.
책임연구자인 제임스 명예교수는 "중증 산후출혈은 세계 산모들의 사망 원인 1위 질환이지만 지혈을 위한 치료법이나 임상 연구가 거의 없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중증 산후출혈 치료를 위한 CT-001 임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환자 샘플 분석을 맡은 김 교수는 "국내에선 고령 임신부 분만이 늘면서 중증 산후출혈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며 "CT-001처럼 혈전 색전증 발생 위험을 낮춘 산후출혈 치료제 개발은 상당히 고무적인 연구성과"라고 했다.
테리 허미스턴 코애귤런트 대표는 "임산부 혈액을 통해서도 CT-001의 효력이 기존 재조합 제7혈액응고인자보다 개선됐다는 과거의 연구 성과를 재현했다"며 "CT-001를 급성산후출혈 치료제로 개발하는 게 타당하다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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