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고성능 컴퓨팅용 칩의 위탁생산 요청이 꾸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엔비디아가 지난해 하반기 신형 GPU인 ‘H100’ 1만 개 이상을 생산해달라고 TSMC에 주문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물량은 모두 챗GPT 개발·운영사인 오픈AI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챗GPT 열풍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최근 TSMC에 GPU에 대한 ‘긴급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같은 업체들이 서비스 강화를 위해 GPU 추가 납품을 요청한 영향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들이 머신러닝 연산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PU 등의 주문량을 늘리면서 TSMC의 1월 실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도 AI 반도체 전문 기업들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아톰’을 선보인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의 5㎚ 공정을 통해 칩을 생산했다.
최근 들어선 챗GPT가 업황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독자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한 것도 파운드리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 등은 반도체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칩을 개발해도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GPU 파운드리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21%, CPU는 19% 커질 것이란 조사 결과를 내놨다.
맥킨지는 CPU, GPU를 포함하는 고성능컴퓨팅(HPC)용 칩 시장 규모가 2030년 3500억달러로 2021년(2250억달러) 대비 55.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핵심 파운드리 기지인 경기 평택 현지에선 삼성전자가 평택 4공장에 이어 5공장의 기초공사를 곧 시작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TSMC 역시 HPC용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 중부 지역에 두 번째 2㎚ 공장을 착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첨단 공정이 올해 파운드리 업체의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며 “TSMC와 삼성전자가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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