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늦은 사업 속도로 인해 최근 급매를 중심으로 하락거래가 이어지자 재건축을 통한 가격 반등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사업이 더딘 단지들이 최근 조합설립에 성공하는 등 주민들의 기대가 높아졌지만, 시장에서는 재건축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방이동 대림가락아파트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재건축정비사업 조합 설립을 인가받았다. 단지는 2021년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을 확정 지은 곳으로, 1년6개월여 만에 조합 설립에 성공했다.
1985년 준공돼 38년 차 노후 아파트인 단지는 용적률 299.93%를 적용받아 최고 35층 규모 929가구로 바뀔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정비계획 고시가 이뤄진 뒤 작년 12월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고 바로 인가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단지는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양재대로변에서도 비교적 사업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인근 한양3차는 작년 12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가락쌍용1차와 방이코오롱 등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주민들은 최근 연이은 하락 거래가 멈추길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이 상대적으로 더딘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며 최대 5억원 가까이 하락 거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가락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7월 직전 거래(16억7000만원)와 비교해 3억9000만원 하락했다. 같은 단지 전용 125㎡도 작년 12월 16억원에 매매되며 직전 대비 5억원 낮은 가격에 손바뀜했다.
사정은 대림가락과 마주 보는 오금현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단지는 지난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철회하고 자체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이 지체된 사이 단지 내 하락 거래가 이어졌는데, 지난달 전용 84㎡가 직전 대비 3억9000만원 내린 14억5000만원에 팔렸다.
방이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는 주민들이 버티며 거래가 없는 데 비해 사업이 늦은 단지는 급급매가 나오면서 최고 5억원 낮게 거래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들도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돼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있다. 인근의 한 단지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공유된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사업성 우려가 커졌다.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단지들 역시 최근 공사비 인상을 통보받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송파구 인근 단지의 3.3㎡당 공사비가 일제히 올라 800만원에 근접했다”며 “사업이 늦은 단지는 하락 거래가, 빠른 단지는 분담금 부담이 문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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