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난방비가 급등하는 등 ‘공공요금발(發)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서민 부담을 완화하도록 (요금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고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올 1분기에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올린 데 이어 2분기에도 상당폭 인상할 예정이었다. 가스요금의 경우 서민 부담을 고려해 올 1분기에는 동결했지만 2분기엔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2분기 전기·가스요금 대폭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다. 요금을 동결하거나 올려도 소폭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이날 주식시장에서 한전 주가는 전날 대비 4.80%, 가스공사 주가는 2.34% 하락했다.
정부는 다른 공공요금 인상도 억제하기로 했다. 중앙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고속도로·철도·우편·광역상수도 등 중앙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방침을 확정했다. 버스·지하철·택시·상하수도 등 지방 공공요금은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축소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오는 4월께로 예정했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초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약 400원 올릴 계획이었다. 시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인상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며 “다만 인상 자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44개 지자체가 공공요금 동결, 인상 이연을 확정했고 10개 지자체가 추가로 동결·이연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요금 인상을 자제하는 지자체에 주기로 한 재정 인센티브를 늘리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물가 안정과 민생을 고려해 나온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누른 공공요금이 나중에 한꺼번에 인상되면서 ‘요금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가 가스요금을 눌러놨다가 최근 ‘난방비 폭탄’이 터진 것과 같은 현상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강진규/김소현/강영연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