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미 방어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미사일 방어체계)은 미사일이 어디에서 어떻게 올지, 무엇을 요격하는지 가장 중요한지 결정합니다. 1940년 독일이 영국을 침공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죠(로렌스 프리드먼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
국제형사재판소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위치한 ‘국제법의 도시’인 헤이그. AI·국방 분야의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15일(현지시간) 이곳에 모였다. 네덜란드와 한국이 공동주최하는 ‘군사 영역에서 책임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에 참석해 AI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콘퍼런스의 시작은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교부장관이 열었다. 그는 ”AI는 전쟁의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위협 요인도 있다.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내가 쓴 인사말이 아닌 챗GPT가 생성한 문장“이라고 말하자 관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콘퍼런스가 시작되자 행사장은 곧바로 토론의 장으로 바뀌었다. 첫날에만 35개 학술 세션과 토론회가 각 전시장에서 개최됐다. 단연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 세션은 AI 분야 권위자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교수가 참석한 세션이었다. ’AI에 관한 신화 타파하기‘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는 발 디디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테이블 곳곳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군복을 입은 군인, 관료와 학자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곳곳에서 난상 토론을 벌였다. 군사 AI와 관련한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민간 기업들은 ’드론 잡는 드론‘이나 ’워 게임 시뮬레이터‘ 등을 전시하며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정치·경제·학술계 인사는 2000여명에 달한다.
REAIM은 AI의 군사적 이용을 논의하는 첫 번째 국제 행사다. 점차 증가하는 AI의 군사적 사용에 대한 윤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개최 목적이다. 네덜란드와 한국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REAIM을 공동 주최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16일 폐막식에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 기간에는 군사 영역 AI의 책임있는 논의와 관련해 72개 이상의 키노트 연설과 전시, 토론이 열린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화상으로 폐막식에 참석한다. 폐막 후에는 60개국 이상이 합의한 ’공동 행동 촉구서(Call to Action)‘를 발표할 예정이다.
헤이그=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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