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들이 파리증시를 먹여살리고 있다. 이들 명품 기업이 중국발 소비 호재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파리증시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6일(현지시간) 파리증시의 CAC 40 지수는 7366.16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89% 상승했다. 이 지수는 장중 한 때 7387.79까지 올라 직전 최고 기록인 2022년 1월 5일 7376.37을 넘어섰다. CAC 40는 파리 증권거래소에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40개의 우량주식(시가총액 등 기준)으로 구성된 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CAC 40이 올해 들어 14% 상승했다"며 "이는 에르메스를 비롯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 등 명품 업체들의 실적 호조가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규모 2위 대국인 중국이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를 재개한 뒤로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낙관론 때문이다. 전문 투자기관 일각에서는 미국 빅테크 주식의 뒤를 이을 차기 성장주로 프랑스 명품기업 주식을 꼽기도 했다.
프랑스 대표 명품 기업들이 연이어 내놓은 작년 실적발표에선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뚜렷한 성장세가 확인됐다.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등을 보유한 LVMH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3% 늘어난 792억유로(약 109조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도 17% 증가해 141억유로를 기록했다. 2021년 89억유로였던 에르메스 매출은 작년 114억유로로 뛰었고, 순이익 역시 24억유로에서 31억유로로 늘어났다. 케링의 지난해 매출은 21억유로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케링은 이탈리아 대표 명품 브랜드 구찌를 인수한 프랑스 기업으로 생로랑 등도 갖고 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카미낙 게스통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매우 탄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이라며 "지난 한해 고물가 등에 의한 비용 증가로 판매가격을 올려도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을 입증했고 앞으로도 중국 소비자와 저축에서 가져올 지분이 큰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TS롬바드의 안드레아 치초네 연구소장은 "재량 소비재 중에서도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가 강점을 갖고 있는 재량 소비재는 상당부분이 명품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상보다 빨랐던 중국의 경제 재개를 잘 활용한 국가가 프랑스"라고 강조했다.
명품 기업 외에 슈나이더 일렉트릭, BNP 파리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의 좋은 실적이 파리 증시에 훈풍이 부는데 한몫했다.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가 인도 국영 항공사인 에어인디아에 점보제트기 250대를 주문한 것도 파리 증시에 호조로 작용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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