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삼성전자 반도체 패키지 사업 현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패키지 분야 인력을 확보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투자’를 강조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패키지는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이다. 칩을 기판 등에 장착하는 과정에서 칩이 외부와 통신할 수 있도록 전기 신호가 흐르는 길을 만들고, 외형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필수 후공정이다. 최근 구글, 애플 등 독자 칩을 개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늘어나면서 고객사 주문을 반영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HBM(고대역 메모리), WLP(웨이퍼레벨패키지) 등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사업 현안 등을 챙겼다. 그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등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간담회도 열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을 위한 투자를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양캠퍼스에서는 패키지 기술개발 부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소통했다.
그동안 후공정인 반도체 패키지는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생산) 등 전 공정에 비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미세공정 한계 등으로 단일 칩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난제에 직면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는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 패키지 기술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다. TSMC는 최근 일본 쓰쿠바시에 후공정 전문 연구개발 시설도 지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취임 후 꾸준히 지역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강조하는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후 5개월간 방문한 사업장은 삼성전자(광주), 삼성전기(부산) 등 7곳에 이른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역사업장 투자는 해당 지역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의 활성화로도 이어진다”며 “이 회장이 지방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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