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17일 소속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을 총동원한 규탄 투쟁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개인 범죄에 모두 끌려나와 이재명 방탄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발(發) 정국 대치가 이어지면서 주요 입법 과제의 2월 임시국회 처리도 불투명해지는 등 국회가 블랙홀로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향해 “촛불의 강물이 정권을 끌어내릴 만큼 국민은 강하다. 국민과 역사를 무시하지 말라”며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금이 그 출발”이라며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권력을 되찾아, 국민을 배반하고 나라 망친 권력에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풍선을 들고 ‘이재명 힘내라’ ‘정치검찰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은 앞서 국회에서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250여 명이 모인 긴급 연석회의도 열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 헌정 질서 파괴”라며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곧추세우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음주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부결 투표에 나서줄 것을 호소할 계획이다. 이날 민주당은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한 자료를 지역위원장·의원,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정국 경색으로 정부 입법 과제는 ‘올스톱’ 상태다. 국회에는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대기업 기준)로 높이는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 등 주요 경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야당이 ‘대기업 특혜’ 등을 이유로 신속한 법안 처리에 반대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삼은 ‘2월 국회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밖에 재정준칙 도입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 국가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에 대한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보조금관리법 개정안 등 정부의 3대 중점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거대 야당의 일방 처리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야권 단독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처리했다. 야권은 오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통과를 강행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등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지연/최해련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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