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호반과 위례 진행"…이재명 "첫 사업인데 잘 해결하라"

입력 2023-02-17 18:31   수정 2023-02-18 00: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성남시장 시절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시행사 및 시공사 내정을 승인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또한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을 확정이익 방식으로 배당받기로 결정하기 전 민간업자로부터 ‘개발이익 50%를 시에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기업들이 낼 후원금 액수를 이 대표 측이 직접 정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검찰은 청구서에 이 대표 의혹을 둘러싼 민간업자·정치권 등의 움직임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지역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극단적으로 훼손한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위례 사업자 내정 승인”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173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2013년 7월 위례 사업 추진 당시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남욱 씨 등 민간업자를 사업자로 내정해야 한다고 보고받았다. 이 대표는 이를 승인했고, 이후 유 전 본부장은 내부 비밀인 개발 사업 일정과 향후 계획, 사업타당성 평가 보고서 내용, 평가항목과 배점 기준 등 공모지침서 내용을 남씨 등에게 전달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이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내정해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첫 사업인데 잘 해결하라”며 승인했다.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자 2013년 11월 유 전 본부장 등은 “남욱이 위례사업을 준비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각 기업이 성남FC에 후원금 명목으로 낼 돈을 이 대표 측이 직접 정했다는 내용도 청구서에 적시됐다. 검찰은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그룹 등 공여 업체 관계자들 모두 피의자 요구에 의해 성남FC에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기로 결정하게 됐다”며 “그 액수 또한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정해줬고, 그 대가로 자신들의 현안을 해결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4년 8월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에게 “다른 기업과 달리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며 “네이버의 구체적 기여 방안을 원한다”는 입장을 성남시 기업지원과를 통해 전달했다. 네이버가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설립 등을 위해 성남시 땅을 매입하고 싶어하자 이 대표가 전한 입장이다.

이후 이 대표는 같은 해 10월 성남FC에 대한 50억원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네이버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이 협의에 나서 결국 양측은 40억원의 후원금 액수에 최종 합의했다고 한다.

청구서에는 후원금을 낸 두산건설이 중앙대 인맥 등을 활용해 이 대표를 접촉했다는 정황도 적혀 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성남FC 창단 이후 지지자 중 몇 사람을 골라 주요 보직에 앉히고, 14억원의 급여·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도개공이 이익 70% 가져갔어야”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적정하게 가져갔어야 할 몫이 전체 이익의 70%라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확정이익 1830억원만 공사에 배당받도록 해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민간업자들은 2011년 ‘대장동을 환지 방식으로 민간 개발하고 개발이익 50%를 시에 제공하겠다’고 공사에 제안했다. 민간업자들과 이 대표 측이 긴밀한 관계를 맺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60%의 수익을 정산받은 하남시의 도시개발사업 사례도 실무진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한다. 실무진은 2015년 2월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적정 배당받아야 할 비율을 70%로 산정한 검토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근거들을 토대로 공사가 사업을 통해 마땅히 확보했어야 하는 이익이 전체 이익의 70%가량인 6725억원이라고 보고 이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최한종/김진성/최진석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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