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견·대기업 단위에서 사무직 노조의 교섭권 획득은 그동안 번번이 실패했다.
새로고침 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이 속해 있는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는 생산직 노동조합이 사무직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정부에 교섭 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 등은 이를 기각했다. 생산직과 사무직 노동자가 함께 있는 기업이 많아 이를 분리하기 시작할 경우 다른 기업들도 교섭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게 기각의 이유였다.
교섭권 획득이 어려워지면서 노조가 사실상 해체된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인재 존중 연구사무직 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이건우 위원장은 생산직 위주 교섭 탈피와 사무직 차등 보상 등을 내세우며 조합원을 5000명 이상 모았다. 하지만 법적 교섭권을 쥐고 있는 생산직이 너무 강하다 보니 내분을 겪다가 이 위원장 퇴사 후 노조는 흐지부지됐다.
법원과 중노위의 판단은 이번엔 달랐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호타이어의 생산직 노조가 사무직의 교섭 단위 분리에 찬성했다. 또 서울에서 일하는 사무직과 광주에서 일하는 생산직 근무지가 사실상 분리된 점을 감안했다.
두 조직은 인사 등의 교류도 없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를 대리한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소속인 생산직 노조가 사무직을 위해 교섭할 이유가 없고 분리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보였다”며 “이전 교섭권 분리 요청 사례와 다른 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MZ 노조가 빠르게 팽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섭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계에선 여러 노조와 동시에 교섭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커졌다.
장윤미 법률사무소 삼정 변호사는 “최근 MZ 노조 열풍과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법원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금호타이어 사례를 시작으로 다른 사무직 노조 설립과 교섭권 신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식/조철오/곽용희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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