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디엘 "한국 사모시장 전망 밝아…테크기업 투자 늘릴 것"

입력 2023-02-20 09:45   수정 2023-02-21 19:45

이 기사는 02월 20일 09: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사모시장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벤처캐피털과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담스스트리트파트너스의 경영을 맡고 있는 제프 디엘 매니징 파트너 겸 투자 대표는 최근 기관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일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들의 사업부 매각이나 바이아웃 딜이 아시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분야가 발달했고 더 빠르게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눈여겨본다"고 강조했다.

아담스스트리트파트너스는 1972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프라이머리 및 세컨더리 사모펀드 투자, 공동 투자, 사모채권 투자, 성장주식 직접 투자 등의 부문에서 총 520억달러(약 67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시카고와 베이징, 보스턴, 런던, 멘로파크, 뮌헨, 뉴욕, 서울, 싱가포르, 도쿄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다음은 디엘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국에는 자주 오나. 이번 방한 목적은.
"지금까지 10여차례 한국에 왔다.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에 참여차 왔는데 올해 두 번 정도 더 올 예정이다.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불안정성이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의 조언을 들으려는 투자자들이 많다."

▶2017년 말 서울사무소 개설 이후 한국 기관투자자들과의 관계 변화나 펀드레이징 성과는 어땠는가.
"현재 한국 기관투자자 24곳이 1개 이상의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총 투자금액은 약 14억달러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성과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현재 3명이 서울사무소에서 근무 중인데 앞으로 5년 내에 훨씬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응용 소프트웨어, 핀테크, 인터넷, 테크산업 등에 주로 투자해온 것으로 안다. 2001년 아담스스트리트에 합류한 뒤 이 시장에서 체감한 트렌드 변화는 무엇인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건 파괴적 시장의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이다. 그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면서 큰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회사의 투자전략 근간이기도 하다. 물론 2000년대 초반보다 지금 기업의 외형이 훨씬 커졌고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모바일, 클라우드 등의 발전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이 수월해진 것도 트렌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변화는 공모가 아닌 사모시장에서 수많은 기회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상장해 공모시장에서 기업가치 증대를 꾀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비상장사로 남아 사모시장의 투자유치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세 번째 변화로는 테크기업들의 사업영역이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인 에어비앤비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호텔 객실이 하나도 없다는 게 대표적 예다. 우버나 디디, 리프트 등 모빌리티 기업들도 직접 소유한 차량은 한 대도 없다. 기술이 모든 산업군의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투자기회들이 많이 생겨났다. 네 번째로는 세계화로 인해 여러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는데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담스스트리트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경쟁력은 총 4가지로 볼 수 있다. 일단 성장과 시장 혼란,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 섹터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GDP 성장률 정도로만 커가는 지루한 섹터에는 관심이 없고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섹터에 집중 투자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로는 투자 심사와 딜 선별 능력에 있다. 50여년 동안 사모시장에만 꾸준히 투자해온 역량이 우리의 차별점이다. 세 번째는 포트폴리오 위험관리 능력을 꼽을 수 있고 마지막으론 임직원들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배구조를 들 수 있다. 여러 명의 임직원들이 고루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회사 펀드에도 개인 자금을 투자 중이다. 이는 유능한 인재 영입과 이탈 방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책임감이 높고 뛰어난 인재들이 세계 곳곳에 포진해있다는 것이 회사 경쟁력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직원이 100% 소유한 운용사라는 점이 실제로 회사에 긍정적 영향을 줬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일단 인재들이 장기 근속을 한다. 조직 문화 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다른 운용사들과는 아예 기업 문화가 다르다. 또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할 때도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건 큰 유인요소가 된다."

▶요즘 한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특정 영역이 있나?
"한국에는 각 전략별로 투자자들이 다양하게 있다. 시장 사이클의 어느 지점을 지나는지에 따라 선호하는 전략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엔 사모대출 시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벤처캐피털과 그로스에쿼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우리는 한국에서 전략별로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유치했고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는 산업군이 있는가?
"자신 있게 기술주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 명망 높은 테크기업들이 많이 포진돼있기 때문에 한국 기관투자자들도 기술주 투자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두 번째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군은 헬스케어다. 실제로 투자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도 1위는 테크기업, 2위는 헬스케어 기업이 꼽힌다."



▶올해도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 포인트는?
"계속 성장할 수 있고 필수불가결한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비중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기침체로 성장이 둔화될 순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기업들은 기술 솔루션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테크 분야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고 시장 지배력이 커질 수 있는 산업군 투자에 더 집중해야 하다고 본다."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투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판단하는가.
"사모펀드 투자는 초기엔 북미 지역에서 가장 활발했지만 점차 글로벌로 확대됐다. 사모투자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섹터는 벤처캐피털과 바이아웃인데 한국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활성화하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분야에서 특히 한국이 발달돼있는데 4~5년 뒤, 적어도 10년 안에는 한국 벤처 산업이 지금보단 훨씬 의미있는 규모로 성장해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바이아웃과 대기업의 특정 사업부 매각 딜, 사모펀드의 손바뀜 등에서 많은 투자 기회가 생겨날 것으로 본다. 특히 대기업이 잘 되는 사업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PEF에 사업부 매각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다른 지역보다 아시아에서 더 활발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빠르게 시장이 돌아가고 있고 사모시장, 주식시장 등에서 투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

▶세계 각 지역별로 투자전략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에선 중소형 규모의 바이아웃과 벤처캐피털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 혁신 기업이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개별 국가의 주요 기업부터 유럽을 아우르는 기업,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특정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산업군은 역시 테크와 헬스케어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로 벤처캐피털과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많고 소비재,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무대로 나가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 회사도 오래 전부터 투자전략에 ESG 요소를 반영해왔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업계와 협력하며 ESG 성과에 대한 기준과 측정방법을 정의하는 작업을 해왔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오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ESG 경영 측면에서 앞서간다고 생각한다. 아직 ESG 특화 펀드를 설정하진 않았지만 사모펀드 업계에 ESG 투자와 관련한 기준이 세워지고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게 되면 ESG 특화 펀드 출시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2022년 아담스스트리트의 성과는 어땠는가.
"아직 연말 기준 데이터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지난해는 사모시장을 비롯해 주식시장까지도 모두 힘든 한 해였다. 저는 중장기 수익률을 중요하게 보는데 우리는 고객이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 채권도 지난해 힘든 시기였지만 우리 회사의 사모크레딧 성과는 아주 좋았다. 지난해 글로벌 프로젝트 펀드도 성공적으로 조성했고 바이아웃 공동투자 펀드레이징도 잘 마무리했다."

▶미국 주식 등 글로벌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이들에게 올해 투자전략을 조언해준다면?
"조언해줄 수 있는 건 각자의 상황에 맞춰 비유동성 자산의 비중을 적정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하게 비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게 되면 나쁜 시기에 이 자산을 강제로 매도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사모시장은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특정 시점에 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투자한 뒤 잊어버려야 한다'고 조언하곤 한다."

▶한국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 기관투자자들은 과거엔 수익률 중심 전략을 쓰면서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주로 투자했던 것으로 안다. 최근엔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군으로 투자대상을 적정 수준으로 옮겨가고 있고 사모주식, 크레딧펀드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자산배분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는 것과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모 자산을 세컨더리 시장에서 매각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평한 좋고 탄탄한 운용사를 선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는데 아담스스트리트의 투자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의 투자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전략이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혁신기업과 업종에 투자한다는 원칙 말이다. 우량기업들과 우량 운용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기업가치를 성장시켜나갈 것이다. 시장 사이클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도 중요한 자세다. 시장 상황이 좋든 나쁘든 투자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또 사모주식 펀드 지분을 투자자들이 매각하려고 하는 현 상황에서 생겨나는 세컨더리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투자 철학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워런 버핏을 존경한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미팅에도 25년 동안 참석해왔다. 그의 투자철학 중 가장 존경하는 건 '금리나 GDP 성장률 같은 거시경제 이슈를 걱정하지 말라'는 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뛰어난 경영진이 이끄는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고 적절한 수준의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선 걱정을 내려놓자는 것이 그 회사의 실제 투자철학이다. 여기서 나는 깊은 영감을 받았고 그의 투자보다는 조금 더 공격적 방식으로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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