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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사전적 의미는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이지만 실제로는 정신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 얼굴의 옛말인 ‘얼골’은 ‘얼이 모인 골짜기(골)’ 또는 ‘얼의 꼴’을 뜻한다고 한다. 얼굴이 신체적 의미를 넘어 정체성 또는 사회적 관계를 나타내는 이유다. 화가 나거나 부끄러울 때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 ‘아는 안면’이라는 말은 사회적 관계를 나타낸다.
불법 대북 송금 등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 15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의 대질신문에서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을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시종일관 존댓말을 쓰자 “20년 가까이 ‘형님·동생’하며 지낸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라고 했다는 것. 혐의를 부인하며 갑자기 존대하는 이 전 부지사의 변검술 같은 ‘안면몰수’에 배신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한 칼럼에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은 ‘안면몰수’ 화법에 능하다”고 지적했다. 도저히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에서 당황한 기색도 없이 ‘모른다’고 잡아뗀다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말 바꾸기엔 유연하고 과오를 시인하는 데는 경직됐다고도 했다. 군자는 표변(豹變)하고 소인은 혁면(革面)한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표범이 털갈이하듯 잘못을 확 고치지만 소인은 간신배처럼 얼굴빛만 바꾼다는 얘기다. 잘못을 고치지 않고 말이나 태도만 갑자기 바꾸는 건 ‘표변’이 아니라 ‘혁면’에 불과하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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