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비쌀 때 샀는데 금리까지…美서 늘어나는 '카푸어' [신정은의 글로벌富]

입력 2023-02-20 07:07   수정 2023-02-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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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카푸어'(car poor)가 급증하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자동차가 가뜩이나 비싸졌는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서 저신용자 가운데 자동차 대출이 30일 이상 연체된 비중이 9.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치다.

무디스는 저신용자의 기준을 밝히지 않았으나 "신용점수 660점 이하의 소비자들에게 자동차 대출의 스트레스가 집중되고 있다"며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더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신용점수는 통상 300점부터 850점까지로 높을수록 신용 등급이 좋다는 의미다.

미국의 자동차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공급망 부족 등으로 급등했고, 많은 소비자가 더 많은 대출을 이용해 자동차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자동차 경매 가격을 추적하는 만하임 중고차 가치 지수에 따르면 중고차 가격은 2021년 47% 급등한 후 지난해엔 오히려 15% 하락했다. 만약 자동차 가격이 가장 비쌌을 때 빚을 내 구매했다면 갚아야 할 이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가 지난해 거듭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았다.

또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쳤을 때는 자동차 딜러들이 상태가 좋지 않은 중고차까지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비 리스크도 커진다. 대출 연체자들이 빚을 갚지 않는 주요한 이유는 구매한 차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중고차 대리점과 대부업체를 고소한 변호사 다니엘 블린은 "도로를 다닐 수 없는 차량을 구매한 사람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저신용자의 대출 연체가 전체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지금처럼 고용시장이 좋지 않고, 일자리가 감소한다면 연체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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