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기업이 예금은행에서 연 5% 이상의 이자를 주고받은 대출의 비중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대출액 자체도 증가 추세여서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금리가 연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은 28.8%로 집계됐다.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로, 전년보다는 9.6배로 증가했다.
연 5% 이상 대출 비중은 2019년 8.6%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첫해인 2020년 3.5%로 급감했다. 이어 2021년 3.0%로 더 떨어졌다가 지난해 30% 가까이 폭증했다.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도 지난해 12월 연 5.7%로 1년 전(연 3.37%)보다 1.7배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수치는 2012년 6월(연 5.81%)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 중 금리 연 5% 이상 대출 비중은 18.9%로 전년(3.0%)보다 6.3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9.6배로 증가 폭이 더 컸다.
대출액 규모까지 덩달아 급증해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53조4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236조7000억원 급증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 증가액은 2019년 47조3000억원에서 2020년 87조9000억원, 2021년 8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67조원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돼 금융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기조를 더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0~4.75%로 이미 한미 금리는 역전 상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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