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권 분쟁에 급등하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개미)이 낙담하고 있다. 주가가 12만원대로 내려오자 고점(2월16일·13만3600원)에 물렸다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곡소리가 흘러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전거래일 대비 8300원(6.38%) 내린 12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가 인상은 없다"는 하이브의 단호한 입장에 그간 카카오의 '맞불 공개매수' 가능성에 대응해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빠졌다. 주가 또한 이러한 영향을 받으면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엠은 하이브가 에스엠 소액주주 지분 최대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지난 10일 16.5% 급등하며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기타법인으로 분류되는 매수 주체가 에스엠 주식 849억원(67만5000주)어치를 사들이자 주가는 금세 12만원을 넘어서 13만원 위로 치솟았다. 기타법인은 통사 일반 기업의 매수 물량으로 인식되며, 특정이 불가하다. 시장에선 이 의문의 매수 주체를 두고 카카오 측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주가 띄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올라서였을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에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날은 전날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 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13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주가는 12만원을 웃돌고 있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급락에 개인 투자자들은 당황한 분위기다. 한 개인 투자자는 "13만원에 물렸다며 더 떨어지기 전 매도 타이밍을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토론방 등에선 '500만원 손해 보고 나갑니다', '25살 대학생인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서 넣었는데 물렸다'는 등의 우는 소리가 잇따랐다. 하락이 기회 아니냐며 저점 매수로 비중을 늘릴 것이란 글도 올라왔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 가격이라는 게 경영권 프리미엄이 묻어 있는 가격이다 보니 중장기적인 실적 흐름이나 주가 추이와 무관하게 공개매수가 종료된 이후 어느 정도 하방 압력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과거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으로 100% 회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8만~9만원대까진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매도 시점에 대해 "지금은 경영권 분쟁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의 영역이라고 생각된다"며 "공개매수란 것 자체가 프리미엄을 주고 산다는 측면이 있는 만큼 장내 매도이든 공개매수에 응하든 이벤트가 끝나기 전 매도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반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카카오에 대한 에스엠의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에 대한 가처분 소송 결과 이후 주가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제기한 카카오의 맞불 공개매수 가능성이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예상 공개매수 가격은 14만원대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시나리오가 예상대로 흘러가면 주가가 14만원선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시 1조4600억원의 투자 활용 자금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카카오가 인수 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에스엠 최대주주와 기공시된 공개매수 합산인 43.4%를 대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단가는 최대 14만1000원으로 산출된다"고 밝혔다.
한 투자업계(IB) 관계자는 "카카오는 CJ ENM처럼 공개매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 않다. 소송 결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지금 당장 공개매수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을 뿐, 이미 주관사까지 구체화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시장에 은연중에 심어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소송 결과 발표 후 관련해서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고, 경영권 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엠은 공시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에스엠은 "이번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협의나 논의 없이 공개매수자(하이브)가 당사 최대 주주(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의 별도 합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적대적 방식의 공개매수 시도는 케이팝 문화를 선도하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공헌한 아티스트와 임직원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임과 동시에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훼손할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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