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무기 제조가 사실상 가능한 수준까지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의도적으로 우라늄을 고농도로 농축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주 이란에서 농도 84%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이 농도는 지금까지 이란에서 발견된 우라늄 중 가장 고농도다. 블룸버그통신은 “고농축 우라늄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우라늄 정제에 쓰이는 고속 원심분리기를 연결하는 설비인 캐스케이드 안에 우연히 축적된 것인지를 IAEA가 확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핵무기 1기에는 농도 90%의 고순도 우라늄 15~20kg이 쓰인다. 하지만 IAEA는 60%만 농축되더라도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 농도는 이보다 낮은 3~5% 수준이다. 이란은 지난해 11월 “농도 60%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IAEA에 통보하며 서방의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25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농도 60% 이상의 우라늄을 70kg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우라늄 양은 핵무기를 3~4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이란은 60%를 웃도는 고농축 우라늄의 축적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베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기구 대변인은 이날 이란 국영 IRN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농도 60% 이상 우라늄 입자의 존재가 ‘60% 이상 농축’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IAEA는 다음달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35개국 이사회 회의에 앞서 이란에 대한 안전조치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은 우라늄 농축 정도를 높이는 데에 필요한 사전 통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검출된 고농축 우라늄이 캐스케이드 작동 과정에서 실수로 축적된 것이라고 해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로 한 결정의 위험성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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