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0일 16: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 티이엠씨(TEMC)가 상장 이후 1개월간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를 유지했다. 청약 미달로 수십억 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았던 IPO(기업공개) 주관사 한화투자증권은 오히려 시세차익을 확보할 기회를 잡았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이 인수한 티이엠씨 실권주 24만3985주의 의무보호예수가 이날 해제됐다.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티이엠씨는 공모 과정에서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곳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31대 1로 저조하게 나타나자 희망 공모가(3만2000~3만8000원)보다 낮은 2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그러나 일반 청약에서도 0.8대 1로 흥행에 실패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청약 미달로 발생한 실권주 24만3985주를 주당 2만8000원에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약 68억원이었다. 사전 투자 단계에서 주당 2만4000원에 사들인 주식 8만3332주를 포함하면 한화투자증권이 티이엠씨에 투자한 총금액은 88억원(지분율 3.1%)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약 11년 만에 IPO 단독 주관에 나섰지만 티이엠씨가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형성하면서 평가차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실제로 티이엠씨는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2월 초 장중 4만5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한 주가는 이날 직전 거래일 대비 1.48% 하락한 3만6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월 19일 상장할 당시 공모가(2만8000원) 대비 약 31% 높은 수준이다.
티이엠씨는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상장 당시 IB 업계에서도 흥행 실패를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다. 올해 첫 IPO 도전에 나선 데다 공모 과정에 고평가 논란 등에 휩싸였던 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해 초 중소형 IPO 기업을 중심으로 공모주 수익률이 높게 형성되면서 티이엠씨 주가도 탄력을 받았다. 티이엠씨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티이엠씨 역시 지난 13일 작년 호실적을 발표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티이엠씨는 작년 매출 3517억원, 영업이익 527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9.9% 영업이익은 313.8% 증가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한화투자증권은 32억원 규모의 평가차익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됐다. 상장 직후 수취한 IPO 인수 수수료(12억8500만원)에 더해 향후 주식 매도 시기에 따라 시세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실권주 인수에 따른 보호예수 기간은 1개월로 한화투자증권은 이날부터 티이엠씨 실권주 24만3985주(2.30%)를 시장에 매각할 수 있다. 주가 변동과 시장 상황 등 매각 적기를 노려 현금화할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사전에 투자한 8만3332주 중 5만3332주(0.50%)는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6개월, 3만주(0.28%)에는 1년이 각각 설정됐다.
상장한 지 1개월이 지나 순차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점은 변수다.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실권주뿐 아니라 벤처캐피탈(VC) 등이 보유한 지분 17.2%가 이날부터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3월 19일에는 지분 2.3%, 4월 19일에는 지분 8.21%가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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