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부장은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펀드평가가 주관한 ‘대한민국 펀드대상’에서 사모펀드 부문 ‘올해의 펀드매니저’에 선정됐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132명의 투표로 뽑았다.
엄 부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게 좋은 수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 데이터란 수출 통계, 신용카드 사용 통계 등을 말한다”며 “증권사 실적 추정치는 후행하는 성격이 있어 참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체 데이터를 보면서 어떤 업종과 회사가 실적을 잘 내고 있는지 파악한다”며 “예를 들어 신용카드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드와 제품으로 몰리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부장은 “올해 주식시장은 2012년, 2019년과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2012년과 2019년은 엄청난 강세장과 급락장을 거친 뒤 증시가 반등을 모색하는 시기였지만 회복세가 오래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낙폭과대주 위주로 올랐지만 실적 시즌이 오면서 다시 빠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스피지수가 올해 10%가량 올랐지만 이제부터는 횡보하거나 상승폭을 반납하는 구간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여름에 저점을 찍고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어떤 종목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묻자 “가치주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엄 부장은 “작년 성장주가 급락하면서 금리 급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실제로는 실적의 문제가 더 컸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성장주가 실적까지 안 좋으니 시장이 실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성장주라도 실적이 좋으면 금리가 올라도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엄 부장은 “경기와 무관하게 실적을 내는 업종을 좋게 보고 있다”며 “올 1월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게임, 헬스케어, 음식료가 대표적이고 방위산업과 기계업종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주는 경기 방어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주가가 내리면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며 “신작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 잠재력이 있는 종목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부장은 “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 미용 관련 업종의 현금 흐름이 좋다”며 “음식료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종목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에게는 ‘롱쇼트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를 추천했다. 롱쇼트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매입(롱·long)하고,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주식을 미리 매각(쇼트·short)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그는 “지수가 횡보하면 오르는 종목보다 하락하는 종목 비율이 높아진다”며 “이럴 경우 롱 전략만 구사하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롱쇼트 펀드로 초과 수익을 노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형 롱쇼트 펀드는 쇼트 포지션 비중이 30%로 제한된다.
엄 부장은 “주식투자는 주가 변화 리스크에 노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매수 포인트가 명확해야 한다”며 “실적, 숫자 등 팩트에 기반하지 않으면 변동성을 견디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하게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논리로 접근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자하는 종목의 주가가 어떤 이유로 오를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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