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지분 모아주세요"…SM엔터 의결권 위임 대행도 큰 장

입력 2023-02-21 10:03   수정 2023-02-23 17:00

이 기사는 02월 21일 10: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손에 쥐기 위한 의결권 전쟁이 시작됐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을 두고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결권 수거 전문업체 선정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의결권 수거 전문업체는 소액주주를 일일이 방문해 의결권을 위임 받는 역할을 한다.

SM엔터 주총에서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려면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가 필수여서 현 경영진과 하이브 간 의결권 수거업체 선점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 표심 잡기 관건
21일 업계에 따르면 SM엔터 경영진은 내달 정기 주총에 앞서 일반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한 대행사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SM엔터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에 나선 하이브 역시 유력 업체들을 접촉하고 있다. 다음 달 주총을 앞두고 최대한 우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유력 업체 선점을 위한 경쟁이 경영권 분쟁 전초전 성격이 되면서 의결권 위임 대행에도 큰장이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정 업체는 3월 초부터 약 한 달 간 본격적인 의결권 위임에 나선다.

이번 정기 주총에선 작년 말 주주 기준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이브는 이수만 창업자 지분 18.46%의 의결권을 우선 확보했다. SM엔터는 드러나 있는 지분은 많이 없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한 등기임원(0.67%)과 얼라인파트너스(1.1%) 등 미미하다. 하지만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셔의 라이크기획 계약을 종료시키면서 기관투자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기관들은 작년 말 기준 2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소액주주 표심이 경영권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SM엔터 소액주주(1% 미만 보유)는 5만2139명으로 전체 지분의 70.53%를 보유하고 있다. 기관을 제외한 순수 소액주주들이 가진 지분은 50%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SM엔터 경영진과 하이브 모두 의결권 수거 대행업체를 찾고 다니는 배경이다.
"주주 찾아가 의결권 받아와주세요"
의결권 수거 대행업체는 주주명부에 있는 주주의 이름과 주소를 보고 직접 찾아가 의결권을 받아오는 일을 한다. 상장사들이 내부 인력만으로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어렵다 보니 대행사가 활용되고 있다.

상법상 주총에서 기본적인 안건을 결의하려면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감사 선임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일명 '3%룰'이 적용돼 더욱 부담이 크다. 여기에 2017년 12월 섀도보팅 제도까지 폐지되며 부담이 늘었다. 섀도보팅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장사들이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대행사를 고용하면서 시장도 덩달아 규모를 키웠다. 섀도보팅 폐지 전까지 10여곳에 불과했던 업체가 현재는 50여곳까지 늘었다. 행동주의펀드의 기세에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점도 대행사 수요 급증 배경이 됐다.

의결권 위임 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주식 투자 광풍이 불면서 이전보다 주주의 수가 4배가량 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바이오 종목은 주주 수가 20배까지도 늘었다. 주주 규모가 커지니 상장사들이 직접 찾아다니기 쉽지 않은데다 소액주주 연대 운동도 근래 3년간 크게 늘면서 의결권 위임 대행 시장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시장 선두업체는 업력 20년차 로코모티브다. 전국에 60여곳의 거점을 두고 있는데 3월 주총 시즌엔 500여명의 인원이 움직인다. 매년 30개~50개 기업의 의결권 위임 대행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솔홀딩스 케이프투자증권 SK증권의 주총에서 의결권 수거를 대행했다. 지난해에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수만 전 총괄 편에서 SM엔터 의결권 위임 업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SM엔터 상황이 많이 바뀌어 현 경영진과 하이브 둘 중에 어느 편에 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외에도 작년 얼라인파트너스 편에 서 SM엔터 의결권 위임을 대행한 비사이드코리아(KT&G), 팀스(한진칼·포스코엠텍), 리앤제이마커드아시아(AJ렌터카·중앙리빙테크), 씨씨케이(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셀트리온제약) 등이 있다.
소액주주 많고 분쟁 중이면 비용↑
대행 수수료는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경영권 분쟁을 겪는 대기업의 경우엔 수억, 수십억까지도 올라간다. △소액주주 비중과 이들의 지리적인 분산도가 크고 △기준일 기점으로 주가 하락폭이 컸고 △경영권 분쟁 상황이고 △배당 정책이 약하고 △감사 선임 안건이 있으면 의결 정족수 확보가 어려워 호가도 올라간다. SM엔터는 소액주주 비중이 높고 경영권 분쟁에 처해있어 상정되는 의안이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행 수수료 규모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 상황은 의결권이 중복으로 제출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난이도가 높다는 평가다. A 측에 의결권을 위임해준 소액주주가 B 측의 끈질긴 설득으로 위임을 중복 발생시키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는 탓이다. 추후 제출한 곳을 인정해줄 것인지 두 위임장을 모두 사표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해석도 분분해 회수율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의결권 위임 대행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표심을 잡기 위한 이색 진풍경도 간혹 벌어진다. 작년 SM엔터에선 의결권 위임 요청 과정에서 소속 아티스트인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친필 사인이 배포되기도 했다. 과거 2015년 앨리엇과 분쟁 과정에서 삼성물산 직원들이 수박을 들고 소액주주들을 방문한 사례도 회자된다.

한 관계자는 "일부 군소업체 가운데는 본인 보수에서 일부를 떼 주주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주총 시즌에만 부랴부랴 비전문 인원을 동원해 의결권을 수거하는 업체인지, 상시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인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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