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가 ‘제왕’이란 타이틀을 붙여준 악기는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아니었다. 일상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오직 대형 성당이나 교회에서 만날 수 있는 초대형 악기인 파이프오르간이었다. 압도적인 외관에 광대한 음역, 그리고 오케스트라에 비견할 만큼 다채로운 음색으로 무장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파이프오르간의 깊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올해도 열린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르간 오딧세이’다. 2017년 시작해 이듬해부터 전회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콘서트홀의 대표 기획공연이다.
오르간 연주뿐 아니라 오르간 작동법과 구조도 알려주는 색다른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세 번 무대에 오른다. 22일 첫 무대를 장식하는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조재혁(51)과 테너 김세일(45)을 지난 17일 만났다. 조재혁은 오르간의 매력을 설명하는 데 인터뷰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누구는 (오르간 음이) 귀신 소리 같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우주 소리 같다고 한다”며 “오르간이 워낙 다채로운 음색과 풍성한 울림을 가진 덕분이다. 듣는 이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 높이는 20m에 달한다. 5000여 개의 파이프와 4단 건반으로 웅장한 소리를 뿜어낸다. 바이올린 플루트 오보에 등 각종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는 ‘버튼’(스톱)이 68개나 달려 있다. 플루트 버튼을 선택하면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어느새 플루트 소리처럼 부드러워진다.
조재혁은 “어떤 선율에서 무슨 스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레지스트레이션(여러 가지 스톱을 골라 쓰는 기술)은 오르가니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바이올린과 오보에가 주고받듯이 음색을 변화시키면서 연주할 수도 있다”며 “오르간은 연주자의 상상을 소리로 표현해주는 멋진 악기”라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로 더 잘 알려진 조재혁이 오르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미국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에서다. 2019년에는 프랑스에서 첫 오르간 앨범 ‘바흐 리스트 위도르’를 내면서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르간과 피아노는 소리를 내는 방식부터 고유의 색채까지 완전히 달라요. 피아노는 현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만큼 짧고 명쾌하지만, 오르간은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방식이라 오랫동안 멀리 퍼집니다. 오르간은 피아노 못지않은 매혹적인 악기예요.”
올해 공연의 콘서트 가이드는 유명 테너 김세일이 맡았다. 공연도 진행하고, 노래도 부르고, 오르간 내부에도 들어간다. 관객들에게 생중계 영상으로 풍압 조절 장치 등 오르간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세일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오르간의 내부는 사람 몸속 같다”며 “일반인에겐 생소한 오르간의 멋을 알리는 것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왈론드, 헨델, 메시앙 등의 작품이 연주된다. 조재혁은 “때로는 화려한 음색으로, 때로는 듣는 순간 쇼크가 올 만큼 신선한 음색으로 오르간의 웅장함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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