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LNG시장 '큰 손' 된 중국…에너지 안보 뒤흔드나

입력 2023-02-21 11:23   수정 2023-03-17 00:01


중국 에너지 업체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장기계약을 통한 수입을 늘리며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카타르 등에서 사들인 LNG를 다른 아시아 국가나 유럽에 되팔며 전 세계 LNG 공급량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중국 내 에너지 수요가 회복될 경우 LNG 가격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에너지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7년까지 LNG를 공급하기로 한 전체 계약 물량의 약 15%는 중국 기업이 체결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미국, 카타르, 오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LNG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중국 기업의 장기계약 물량이 전년 대비 1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에너지 업체들이 다른 나라에 재판매하는 LNG 물량도 상당하다. 중국 청정에너지 업체 ENN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다른 나라에 재판매한 LNG는 550만 톤으로 전체 LNG 현물 시장 물량의 약 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업체들이 높은 가격에 되파는 LNG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로 향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LNG 시장의 지배력을 넓히면서 가격 상승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중국에서 LNG 수요가 증가하면 해외 시장에 재판매하는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겨울 온화한 날씨 덕에 에너지 대란을 간신히 피한 유럽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LNG 수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청정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다. LNG는 석탄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에서 탈피해 탄소중립(실질 탄소배출량 0)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에너지원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순식간에 세계 최대 LNG 수입국 중 하나가 됐다"면서 "구리에서 희토류까지 국가 경제에 필수적인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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