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전용면적 84㎡의 월세 시세는 보증금 1억원에 300만~350만원으로 금리가 오르기 전인 재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10억원 안팎이던 전셋값은 7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셋값이 내렸는데 월세는 왜 안 내리냐는 질문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엔 전·월세 전환율이 3%대였는데 요즘은 오른 금리를 반영해 4%대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거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달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90만원,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70만원 등 완전 월세나 전세로 환산했을 때 시세보다 낮은 계약이 상당수 이뤄졌다.
비슷한 생활권에서 집값이 비싼 아파트와 낮은 단지 사이의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매매 시세가 17억~18억원가량인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이달 보증금 6억원, 월세 115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매매 시세가 19억~20억원인 잠실동 리센츠에선 보증금 7억원에 월세 70만원짜리 계약이 나왔다. 전환율을 4%로 계산하면 헬리오시티는 월 315만원, 리센츠는 303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셈이다. 월세의 기준인 전셋값이 널뛰기하는 탓에 이 같은 혼란이 초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과 이달 이뤄진 잠실 리센츠 전용 84㎡ 전세 계약의 경우 보증금이 최소 8억원에서 최대 12억5000만원으로 차이가 4억5000만원에 달한다.
월세 계산의 근거도 천차만별이다. 중개업소에 따라 어떤 곳은 급매물을 제외하고 전환율 3%로 월세를 계산하고, 다른 곳에선 급전세 시세를 기준으로 전환율 4%를 적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안정될 때까지는 이 같은 혼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는 생활비에 포함되는 성격이 있어 한번 올라가면 잘 내려가지 않는다”면서도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 결국은 월세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은 그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현일/박시온/안정훈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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