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러시아 타스통신은 왕 위원이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왕 위원이 22일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앞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왕 위원의 만남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의제는 명확하고 매우 광범위하다. 이야기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위원이 14~22일 일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러시아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17~19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으며, 20일 헝가리로 이동했다.
이와 관련해 왕 위원의 이번 방문이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30일 작년 외교 결산 논평에서 “올해 러시아와 중국은 양자 관계를 더 증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문이 올해 양국 의제의 중심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러시아에 간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침공 초기에는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등 사실상 러시아를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선 시 주석이 전쟁 지속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과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등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도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反美) 공조를 다시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은 최근 미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이후 더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러시아 무기 지원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8일 뮌헨에서 왕 위원을 만나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미·중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장에 끊임없이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중·러 관계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걸 수용한 적이 없으며, 협박과 압박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반발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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