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가 일제히 들썩였다. 중국 내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향후 조선사 실적에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대우조선해양은 1450원(5.91%) 오른 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미포조선(3.91%), 현대중공업(3.89%), 삼성중공업(2.28%)도 강세를 보였고 한국조선해양도 1.68% 올랐다.
증권가에선 조선주 랠리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경제가 회복돼 물동량이 늘어나면 선박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에서 철광석 등 원자재의 수요가 늘어나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중국이 본격적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서게 되면 물동량이 늘어나 조선주를 비롯한 중공업에 호재"라고 분석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면서도 "최근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해운주와 함께 조선주도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조선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대우조선해양에는 한화의 HSD엔진 인수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화임팩트는 인화정공과 HSD엔진 지분 33%(약 2269억원)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SD엔진은 선박 엔진 전문 기업으로 엔진 부품 판매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디젤엔진 활용 발전시설을 공급하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한화가 HSD엔진까지 확보하게 되면, 한화는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전담할 수 있게 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은 선박 제조 공정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대우조선과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통해 납기,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사들은 올해 흑자전환을 예고했다. 향후 이들의 실적은 원자재 가격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중국산 수입 철광석(CFR, 운임포함) 가격은 t당 123.62달러를 기록했다. 6주 연속 120달러선을 유지했으며 지난해 11월 4일(t당 82.4달러) 대비 50% 가까이 급등했다.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높인다.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의 20~25%를 차지하기 때문에 후판의 가격이 높아지면 조선사의 수익성이 저해될 수 있다.
한승한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인하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가격 인상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조선사들의 영업이익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4~5월께 철강사와 조선사 간 후판 가격 협상의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봤다.
다만 조선사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뒀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엄 연구원은 "지난해 1~2분기처럼 철광석 가격이 2배 급등하지 않는 한 조선사들이 지난해와 같은 '어닝쇼크'를 기록하진 않을 것"이라며 "원료 가격 인상을 반영해 선가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LNG 등 주력 수주 선종의 선가가 높게 유지되는 점은 국내 조선사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수주 규모가 피크아웃(고점 기록 후 하락)할 수 있고, 인건비 등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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