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와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하고 나중에 배당금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속속 배당 제도를 바꾸기로 한 것은 예측 가능한 배당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배당 제도 변경이 확산하면 글로벌 배당주 펀드 등의 신규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올 1월 말 법무부와 함께 배당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 기준일을 분리해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렸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중간배당을 할 때 배당액을 먼저 확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이런 정부 정책에 얼마나 호응할지에 대해선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선(先) 배당액, 후(後) 배당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바꾸면 배당 성향을 높여야 할 가능성이 높고 정관 변경을 위해 주총 특별 결의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반응이 예상 밖으로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포스코 등이 정부의 배당정책 개선 방안에 적극 호응해 이번 주총부터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주주 환원 정책에 더 적극적”이라며 “정부가 배당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길을 터주자 신속하게 정관 변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기존 제도하에서 기관들은 배당주 투자를 꺼렸다”며 “하지만 배당 제도를 바꾼 기업은 앞으로 배당수익률을 확실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할 수 있게 돼 배당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글로벌 배당주 펀드는 한국을 투자 기피국가로 정한 곳도 있다”며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글로벌 배당주 펀드 자금이 자본시장에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배당 제도 변경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당수 상장사가 이번 주총에서 배당 제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배당 정책을 ‘선 배당액, 후 배당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바꾸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배당 성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올해 배당 관련 정관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분기 배당 시 배당금을 먼저 확정하도록 자본시장법이 바뀔 경우 배당 정책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기말배당뿐만 아니라 분기배당도 하고 있다.
이동훈/서형교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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