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 변경으로 좌석 등급이 낮아진 고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간만의 여행에 들뜬 마음으로, 또는 장시간 비행길에 해야 할 일이 있어 큰돈을 들여 비즈니스석을 구매한 이들에겐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다. 무료로 일정을 변경하거나 예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지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최근 있었던 마일리지 사태에 대한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국토교통부에 ‘뺨’ 맞고 고객들에게 화풀이하고 있다는 식이다.
정말로 그랬을 리는 없다. 그러나 이는 마일리지 ‘개악’ 사태를 계기로 대한항공에 대한 여론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적 사례다. 개인 재산이나 다름없는 마일리지의 사용 범위를 고객과 충분한 소통이나 이해 없이 제한하려 한 데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대한항공을 국적 항공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땅콩항공’, ‘한진항공’ 등 호칭까지 등장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온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으로 인수된 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질지 불안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편안에 대한 부정 여론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다가, 정치권이 가세하자 그제야 꼬리를 내린 데 대한 시선이 따갑다. 여행객들이 3년을 기다려온 엔데믹 초입부터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장거리 노선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은 전체의 4%에 불과하며, 90%에 달하는 중·단거리 노선 이용객이 제도 개편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대한항공의 일관된 해명이다. 숫자에만 매몰된 ‘눈 가리고 아웅’식 설명에 불과하다.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만큼, 여론을 돌려놓을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장기 고객의 마일리지 소비 행태를 제대로 분석해 소비자 후생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게 아시아나라는 대형 경쟁사를 품을 국적 항공사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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