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군비축소) 조약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22일(현지시간) 직격탄을 날렸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3대 핵전력’을 키우겠다며 맞불을 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로 1년이 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영 간 신냉전이나 핵전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부전선 국가 간 안보 협의체인 ‘부쿠레슈티 9개국(B9)’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 문제를 논의했다. B9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는 동맹국들의 안보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NATO 동부전선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도 집단방위에 관해 규정한 NATO 조약 5조는 미국의 신성한 약속이라며 “동맹이 함께할 수 있는 다음 행보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방은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러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7개국(G7)이 제재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기구를 신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며 “중국은 불법적인 전쟁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를 공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가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특별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표현)을 중단하면 러시아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러시아의 패배를 바란다면 (러시아는) 핵을 포함한 모든 무기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압박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이 될 거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존 설리번 전 주러 미국 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관심이 없고 우크라이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 올해를 넘겨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핵전쟁이나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아마겟돈”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핵전쟁 위협을 언급했지만, 이번엔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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